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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1-30] 2019. 예술이 꽃피는 해안선 예술과 함께 떠나는 남도 수묵 기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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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불교문화를 간직한 전통문화예술의 보고, 박물관이고, 미술관이며, 도서관이었던
대흥사
대흥사의 역사는 또 다른 남도역사나 다름없다. 불교는 384년 인도승려 마라난타에 의해 한반도에 전래되었다고 전한다. 해남 대흥사는 426년 창건되었다. 로마의 성바오로성당은 395년, 성 베드로성당은 440년경에 세워졌다. 해남 두륜산아래 대흥사는 426년 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에 터를 잡고 그 곳에 있었다. 1600년 동안이나 진리를 추구하는 스승과 제자가 살고 있었다. 그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위로받는 곳이 었다. 천년이 넘는 시간은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어 산중절집에 차곡차곡 쌓여왔다. 불법을 전하고 부처를 모시고 불법을 모시는 불국토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세워지고 대중을 교화하고 교육할 그림이 그려졌고, 성물이 만들어졌다. 절집에 사람들이 모여드니 스님들은 깊은 산 중 암자로 떠났다. 대흥사는 그렇게 두륜산 아래 자리 잡은 이래 미황사 백련사 무위사 등 해남 강진 장흥 영암 지역에 사찰이 늘어났다. 또한 사찰보다 더 많은 암자들이 들어섰다. 가장 높은 곳에는 북암, 진불암, 일지암과 같은 암자를 품고 있다.
대흥사는 살아 숨쉬는 유기적인 1000년의 박물관이자 학교이자 미술관이자 도서관이다. 대흥사는 신라의 정관스님이 426년 대흥사 산내 암자의 하나인 만일암을 창건하고, 이후 508년(무령왕8)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비구가 중건하였다고 한다. 정관존자에 대해서는 생애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죽미기』는 544년(신라 진흥왕5) 아도화상(阿度和尙)의 창건설을 전하며, 자장 (慈藏)스님과 도선(道詵)스님이 계속해서 중건하였다는 기록도 함께 실려 있다.
대흥사(大興寺)는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한 두륜산(頭崙山)에 자리한 사찰이다. 현재 해남, 목포, 영암, 무안, 신안, 진도, 완도, 강진, 광주 등 9개 시군의 말사를 관할하며, 서·남해 지역 사찰의 중심이다. 두륜산을 대둔산(大芚山)이라 부르기도 했기 때문에 원래 사찰명은 대둔사(大芚寺)였으나, 근대 초기에 대흥사로 명칭을 바꾸었다. 일찍이 서산대사가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三災不入之處)으로 만년동안 훼손되지 않는 땅(萬年不毁之地)”이라 하여 그의 의발(衣鉢)을 이곳에 보관해왔다. 이후 대흥사는 한국불교의 종통이 이어지는 곳(宗統所歸之處)으로 한국불교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도량이 되었다. 풍담(風潭)으로부터 초의(草衣)에 이르기까지 13분의 대종사(大宗師)가 배출되었으며, 만화(萬化)스님부터 범해(梵海) 스님에 이르기까지 13분의 대강사(大講師)가 이곳에서 배출되었다. 초의선사로 인해 우리나라 차문화(茶文化)의 성지로 자리매김하였다. 대부분의 사찰과 달리 넓은 산간분지에 나지막히 위치한 대흥사는 크게 남원과 북원 그리고 별원의(표충사,대광명전,박물관) 3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북원에는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명부전, 응진전, 산신각, 침계루, 백설당 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남원에는 천불전을 중심으로 용화당, 봉향각, 가허루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남원 뒤쪽으로 멀리 떨어져서 서산대사의 사당인 표충사 구역과 대광명전 구역이 있다.
뱁새는 나무 끝한 가지에 살아도 편안하다.
일지암
일지암은 초의선사 (1786~1866)가 39세에 지어 차茶와 선禪으로 수행한 곳이다.
일지암은 오늘날 우리 차 문화의 발원지이다. 차는 삼국시대 불교문화와 함께 전래되었으나 조선 유교문화에 밀려 겨우 명맥만 남아 있던 것을 조선 후기 초의의순(草衣意恂, 1786~1866년)선승(禪僧)이 해남 두륜산 대흥사(大興寺) 경내에 일지암을 짓고 차나무를 심어 복원하였다. 초의는 다선일미(茶禪一味), 즉 차와 선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차 한 잔을 마시는 데서도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보고, 차는 그 성품에 삿됨이 없어서 어떠한 욕심에도 사로잡히지 않으며, 때 묻지 않은 본래의 원천과 같은 것이라 하였다.
초의는 30세에 추사를 처음 만나 승속(僧俗)과 유불(儒彿)의 경계를 넘어 학문과 예술, 차의 향기로 교유하였다. 초의는 귀양살이하는 추사를 만나러 제주도를 다섯 차례나 다녀오기도 했다. 71세 되던 해, 42년간의 지음(知音)이었던 추사가 과천 우거에서 돌아가자, 그의 영전 앞에
「완당김공제문(阮堂金公祭文)」을 지어 올리고 일지암으로 돌아와 만년을 보내다가 세수 81세, 법랍 65세에 입적했다. 「명선(茗禪)」은 추사가 말년에 초의가 보낸 차를 받고 이에 보답으로 쓴 명작이다.
초의선사가 지은 『동다송』은 차의 효능과 산지에 따른 품질, 만들고 마시는 법 등을 적은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차에 관한 책이며 동다(東茶), 즉 우리나라 차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다.
남도 문예부흥의 산실
녹우당
녹우당은 해남읍 연동 고산유적지에 있는 해남윤씨 고택의 당호이자 무려 600년 이상 이어온 대표적인 종가의 이름이기도 하다. 녹우당 하면 고택과 박물관 일대를 말하기도 하지만 녹우당은 본래 고택 사랑채의 이름이다. 녹우당의 역사는 고산 윤선도의 4대조이자 해남윤씨 어초은파의 시조가 된 어초은 윤효정(1476~1543)이 백련동에 자리를 잡으면서 시작되어 현재 고산 윤선도의 14대 종손이 여전히 고택에 살고 있다.
녹우당이 자리 잡은 해남 연동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자리로 꼽힌다. 그 때문인지 해남윤씨가는 고산 윤선도와 공재 윤두서를 비롯하여 수많은 인재와 인물들을 배출해왔다.
녹우당의 역사는 우리나라 양반사대부가의 역사와도 같다.
현재 녹우당 사랑채는 고산이 수원에 있을 당시 효종임금이 하사한 집이다. 고산 윤선도는 봉림대군(효종)의 스승이었다. 고산은 82세 되던 1669년 수원에 있던 집을 해남으로 옮겨와 본래 있던 종가에 덧대어 지었다. 때문에 녹우당은 본래 호남지역의 건축양식과는 달리 서울이나 중부지방 양반가와 같이 ‘ㅁ’ 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녹우당(錄雨堂)’ 당호는 고산의 증손자인 공재 윤두서와 절친했던 옥동 이서(1662~1723)가 써준 것이다. ‘녹우당(錄雨堂)’은 말 그대로 ‘녹색 비’ 라는 뜻이다. 고택 뒤편의 비자림에서 이는 바람소리가 빗소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찌 알겠는가, 하루라도 못 보면 서로를 그리워 했다는 공재와 옥동(옥동 이서)의 마음에 내리는 비 일는지....
지금도 사랑채에는 빛바랜 <錄雨堂> 현판이 걸려있다.
녹우당은 보존이 잘 된 조선시대 건축 유산일 뿐 아니라 남도 문예 부흥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산 윤선도는 당대 최고의 석학이자 일세를 풍미하는 시인이었으며, 또한 왕이 부럽지 않은 부와 권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고산의 8번째 증손자 공재 윤두서는 극심한 당파에 가문을 지키고자 벼슬길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당색을 불문하고 학문과 덕망을 인정받던 근대인문지식인의 표상이었다. 박학다식을 추구하여 서양의 과학기술과 신학문에 호기심을 가졌을 뿐 아니라 전세계를 통털어 유사한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인 초상화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우리 회화사의 흐름을 바꾼 풍속화와 진경산수를 시도하고 옥동이서와 함께 동국진체를 창안하였다. 녹우당은 공재 이후 공재 윤두서의 학문과 예술의 상징이자 남도 문화 예술의 모태가 되었다. 녹우당은 강진에 유배온 다산 정약용의 외가이기도 했다. 다산은 강진에 있을 때 녹우당에서 무려 8수레의 장서를 빌려갔다고 한다. 또한 일지암의 초의선사 역시 녹우당 장서와 화첩을 빌려 소치 허유에게 그림과 학문을 가르쳤다고 한다. 지금도 그때도 녹우당은 학문의 요람이자 중요한 서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이다. 녹우당은 공재 이후로도 쟁쟁한 문인예술가들이 머물거나 교류한 곳이 되어 남도 문예부흥이 이곳 녹우당을 통해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아흔 아홉칸에 달하는 저택이었던 녹우당의 건축형태는 시대에 따라 중건하거나 보수하여 현재 55칸 정도만 남아있다. 현재 녹우당의 주 건물로는 안채, 사랑채, 행랑채, 헛간 그리고 안사당, 어초은사당, 고산사당 어초은 추원당이 남아 있다.
오늘도 녹우당 입구 6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녹우당 내력을 말해준다.
새금다정자 塞琴茶亭子
“차 한잔 드시고 그저 안 온 듯 다녀가세요.” 새금다정자塞琴茶亭子는 차 문화를 교유하는 공간이다. 초의선사가 머무르던 두륜산 대흥사 일지암과 가까운 무선동 한옥마을에 있다. 한옥의 변천사가 느껴지는 한옥마을의 골목을 돌아 새금다정자에 들어서면 기품 있게 잘 다듬어진 반질반질한 한옥과 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정갈한 마당이 정겹다. 대문을 열고 들어갔을 뿐인데, 수십년 시간을 건너간 느낌이다. 마당에 들어섰는데 오히려 밖으로 활짝 열린 기분이다. 한옥과 차를 사랑하는 집주인 윤향자씨가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집이라고 자랑하는 새금다정자塞琴茶亭子다. 새금다정자塞琴茶亭子에는 언제나 사람을 기다리는 정자와 차실이 준비되어 있다.
정갈한 차실과 정자는 영화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이 곧 등장할 것 만 같다. 혹은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다실에는 아담한 차상과 다기류들이 마치 소꿉놀이하듯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
절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곳에 오면 커피를 달고 살아가는 피곤한 도시인들도 차 생각에 목이 마르다. 아담한 방이지만 밖으로 활짝 열리는 쾌적한 한옥에서 작은 차회를 열기로 한다.
남도 소리와 묵향과 함께 어울리니 어찌 아니 좋을까...
우리 차의 성지로 알려진 남도에서는 문화
예술과 함께 차 문화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다.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가 대흥사 일지암에서 직접 차나무를 심고 가꾸며 차를 즐기면서 우리 차문화가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초의선사의 ‘다선일미茶禪一味’ 는 차를 마시면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는 의미이다. 차茶에 부처의 진리인 법法과 명상禪의 기쁨이 다 녹아있다는 것이다. 초의는 한국의 다경이라 불리는 『동다송(東茶頌)』을 지어 우리 차를 예찬하였다. 맑은 차 한 잔의 맛과 멋을 초의는 이렇게 노래한다.
一傾玉花風生腋 옥화한잔기울이니겨드랑에바람일어 身輕已涉上淸境 몸가벼워하마벌써맑은곳에올랐네. 明月爲燭兼爲友 밝은달은촛불되어또나의벗이되고 白雲鋪席因作屛 흰구름은자리펴고병풍을치는구나.
전통은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전통이다. 작은 찻잔에 든 차를 금처럼 아껴 마시며 입안에 온 몸에 차향을 음미하던 시절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순간 차 한 모금에 초의를 만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남도 밥상
꼬막 조개 굴 전복 세발낙지 갑오징어 꽃게 짱뚱어 홍어 김 매생이 감태 미역 토하젓 갈치속젓 야생 버섯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갓지은 기름진 쌀밥, 온갖 김치와 나물... 한반도의 곡간이라고도 불리는 남도는 풍성하고 맛있는 남도밥상을 기대하도록 한다. 일조량이 풍부한 넓은 들과 깊은 산과 바다 갯벌에서 사철 자라는 온갖 생물과 사람의 ‘손맛’이 만들어 낸 풍성하고 다양한 밥상말이다. 편의점먹거리와 기업화된 패스트푸드상점의 균일한 먹거리에 익숙한 도시민들에게 ‘남도밥상’은 그 자체 만으로도 깊은 위로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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