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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2-10] 사치갤러리와 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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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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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치 컬렉션’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유명 소장가 찰스 사치가 1982년 설립한 사치갤러리가 올 봄 자리를 옮겨 재개관하였다. 사치갤러리는 데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마크 퀸 등 현재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젊은 영국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대거 선보임으로써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스타 시스템에 의한 상업적 전략이라는 비판적 시각에 앞서 사치갤러리는 영국 현대미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영국 현대미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대표적 인물 중 하나는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다. ‘사치&사치’라는 광고회사를 세운 두 형제 중 하나인 그는 ‘사치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1980년대부터 현대미술품을 수집해 왔고, 1990년대 이래로는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은 젊은 영국 미술가들의 작품을 거의 독점적으로 수집하여, 독특한 성격의 수집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5년 런던 서부의 한 페인트 공장을 개조하여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큰 규모의 갤러리를 연 후, 찰스 사치는 새로운 경향의 미국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주로 열며 소규모 화랑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신개념 공간으로 사치갤러리를 키워 나갔다. 앤디 워홀이나 도널드 저드 같은 거장의 작품과 당시 영국에서는 생소했던 로버트 고버, 제프 쿤사치갤러리 전시장 외관스 등의 작품을 모더니즘적인 공간에서 보여 준 사치갤러리는 많은 미술 학도와 젊은 미술가의 발길을 끌었고, 이는 1990년대 영국미술의 성장과 전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사치갤러리가 본격적으로 젊은 영국 미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인 것은 1992년 초부터 열린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레이첼 화이트레드(Rachel Whiteread), 사라 루카스(Sarah Lucas), 마크 퀸(Marc Quinn), 제니 사빌(Jenny Saville) 등의 전시에서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무명의 미술대학 졸업생에서 베니스비엔날레의 영국관 대표작가, 테이트갤러리의 터너 프라이즈 수상자로 급부상한 데미언 허스트를 필두로 하여, 그와 동년배인 일군의 작가는 이후 ‘젊은 영국 미술가들(young British artists, yBa)’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적인 미술가 대열에 오르며 영국미술의 실질적인 중흥기를 만들어 냈다. 이 작가들이 무명이었을 때 작품을 구입한 찰스 사치는, 이들이 유명해짐에 따라 영국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수집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후로도 그는 미술대학과 대학원의 졸업전시장, 젊은 작가들이 직접 기획한 전시가 열리는 창고나 공장 같은 대안공간을 돌며 작품을 구입하는 전략으로 명성을 높였다. 기존 딜러들과 갤러리스트들이 여전히 유명작가에 주목하던 때에, 사치는 미술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그에 걸맞은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온 것이다. 물론 이러한 그의 수집 방법은 무명작가를 인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 전략으로 비쳐, 비도덕적이라거나 상업적이라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사치 컬렉션에 포함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작가들은 다른 수집가나 화랑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얻었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 현대미술의 특정한 경향, 즉 찰스 사치라는 한 개인 수집가의 취향에 맞는 작품만이 선별적으로 육성된다는 것도 그의 컬렉션에 대한 큰 비판 거리 중 하나였다. 2003년 봄, 사치갤러리는 런던 관광의 중심지인 템스 강변, 그중에서도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사우스 뱅크 예술단지, 빅벤,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을 잇는 관광 구역에 위치한 카운티 홀(County Hall)로 자리를 옮겨 재개관하였다.
한 개인 수집가의 갤러리가 이 정도 규모를 갖추고 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여 문을 연다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이 아니다. 특히 국립미술관 격인 테이트 모던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갤러리를 위치시키고, 언론을 통한 논쟁과 화제의 대상이 되었던 ‘바로 그 작품들’ -- 이를테면 허스트의 상어, 트레이시 에민의 침대, 마크 퀸의 언 핏덩어리 두상 등 -- 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사치는 자신의 소장품들이야말로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의도를 증명하듯, 재개관한 사치갤러리는 기획전시보다는 소장품들의 상설전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전에 행정 사무실로 쓰이던 카운티 홀의 본래 구조와 복고적인 내부 장식을 유지한 채, 갤러리 공간은 이와는 대조적인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광고회사의 경영인답게, 찰스 사치의 개인적 취향은 공격적일 만큼 비전통적이고 논쟁적인 작품들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점잖고 아름다운 회화나 조각작품보다는 성적이거나 금기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혐오감이나 충격을 주는 작품들이 전형적으로 사치의 눈을 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치는 갤러리의 문을 새로 열면서 스스로 작품 선정과 설치에 일일이 관여하여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현대미술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밝히고 있다.
갤러리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원형 전시실에는 허스트, 루카스, 에민을 비롯하여 론 뮤엑(Ron Mueck), 마커스 하비(Marcus Harvey),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 등의 작품이 경쟁하듯 몰려 있다. 대부분의 작품은 사치 컬렉션을 영국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되었던 1997년의 전시 〈센세이션(Sensation)〉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센세이션〉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미술계를 대표하는 왕립 미술원에서 열렸던 사치 컬렉션 전시로, 전시된 작품들의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미술원 안팎에서 큰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현대미술 전시로서는 유례없이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끈 런던에서의 전시에 이어 이 전시는 베를린과 뉴욕으로 순회되었고, 그곳에서도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끌며 영국 현대미술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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